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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감평

웹툰, 웹소설 팁/습작들

by 깔깔앵무 2019. 9. 2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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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주인공부터 볼까.


주인공은 44년 경륜의 요리사로, 이세계에 전이당했다. 특별한 능력은 가지지 못했다. 그에게 닥친 일이 최선의 노후 대책은 아님이 분명하다. 게다가 개인적인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 적대적인 엘프 무리 한가운데 떨어진 것이다. 이제 독자들은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문제는 이 다음부터 발생한다.




주인공은 인간이기에 엘프에게 적대당한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엘프들에게 포박을 풀고 요리를 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 경우 적수인 엘프들이 주인공의 능력을 보기 위해 순순히 요리를 하게 해 준다면,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다. 주인공은 능력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 엘프는 주인공을 괴롭힐 이유가 없다. 이 고조되는 갈등에 그들을 밀어넣을 요소가 전혀 없다. 글 전체적으로 이러한 부분이 너무 많다. 초반 만난 엘프들도 친절하고, 옆집 엘프도 친절하고, 경관 엘프도 친절하다. 뭘 물으면 사근사근히 대답해주고 갈등은 거의 찾을 수 없거나 혹 있는 장면은 그 깊이가 너무 얕다.


엘프들은 어째서 자신을 변호하는 주인공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을까? 이세계 전이라는 희귀한 반례보다는 어떤 사악한 술수를 부리고 잠입한 인간이라고 믿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설령 진실을 판별할 수 있더라도 경계를 곧이곧대로 푸는 것은 어색하다.


엘프들은 왜 순순히 주인공이 요리를 할 수 있게 해 주었을까? 주방은 일반적인 가정 안에서 날붙이를 찾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자기가 요리사였다느니 어쨌다느니 하는 말보다는 그 사실에 더 주목할 만하지 않을까? 그리고 난민 신청부터 시작해서 요리 심사까지... 어째서 아직까지 엘프가 멸종당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구만 ㅋㅋ;; 다 읽어봤는데 글 전체적으로 전개가 대충 이렇게 진행된다.



."그거 맛있어요?"

"당연하지."

"뭐로 만들어요?"

"먼저 채식주의 식단에서 반드시 빠지면 안 되는 재료가 있으니 그것부터 만들려고 해."

"그게 뭔데요?"

"두부다."

"두부?"

두부! 콩으로 만드는 두부는 단백질이 풍부해서...



이런 방식은 좋지 않다. 대화의 본질은 한 인물에서 다른 인물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저 독자에게 정보를 던져주는 장치가 아니다. 만약 작가가 그런 식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되면, 독자는 즉시 이야기에서 빠져나올 것이다. 따라서 대화문으로 설명을 하되, 다음 단계를 고려해 보길 바란다.


1) 빼도 되는 정보를 정해라. 설명할 수 있다고 하여 반드시 필요한 정보는 아니다.

2) 대화에 정보를 포함하는 이유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3) 정보를 한꺼번에 쏟지 말고 한 번에 조금씩 제시해라.

4) 영리한 작가들은 대화를 일종의 인물 간 전투로 활용한다. 갈등은 대화 속에 정보를 넣기 용이하다. 그 점을 유념하길 바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위의 대화는 대략 이렇게 고쳐볼 수 있다.


"그거 뭘로 만드는 거에요?"

"콩으로 만들지."

"콩? 난 콩은 그냥 삶아먹거나 구워먹는 줄 알았는데."

주인공이 의심쩍다는 듯 말했다. "자네 좁쌀이 뭔지는 아나?"

"뭐-"

"자넨 좁쌀만큼도 모르잖나. 자네랑 좁쌀이랑 식당에 가면, 좁쌀은 '전 멍청이랑 왔어요'라고 쓴 옷을 입어도 될 걸세. 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요리는 무궁무진하다고!"


대충 이 정도...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갈등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줬으면 좋겠다. 


웹소설 플랫폼에서 초반 에피소드는 정말 중요하다. 편집자나 매니지는 대개 그 부분을 읽는다. 이 영역이 탄탄하지 않으면 글쓴이의 소설 나머지 부분을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독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대개 처음 한두 페이지를 보고 다음 화를 넘길 것인지 아닌지 결정한다. 


시작 부분은 읽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 기회를 주는 셈이다. 갈등을 영리하게 활용하고, 사람들을 사로잡아라.



***


문제점을 알았다 한들 그것을 체화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에... 아직은 천천히 연재 계속하면서 자신의 글에 대해 고찰하는 편이 실력 향상에 좋겠지



***


이 경우 합리성보다는, 이것이 흥미로운가 흥미롭지 않은가에 더 기울어지는 문제겠지... 결국 합리성과 말초성 가운데 적절히 선을 지켜서 보여주는 것이 작가 역량을 좌우하기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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